지난 10일 공포돼 내년 2월11일부터 시행되는 공동주택관리법 개정안을 두고 관리소장 이익단체는 아파트 입주민이나 입주자대표회의(입대의)에 대한 ‘갑질 방지법안’이라고 하지만 오히려 소유자인 입주민들과 그들의 의결기구인 입대의의 손발을 묶는 악법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개정 공동주택관리법 제 65조(관리소장의 업무에 대한 부당간섭 배제 등) 1항에서는 ‘이 법 또는 관계 법령에 위반되는 지시를 하거나 명령을 하는 등 부당하게 간섭하는 행위’, ‘폭행, 협박 등 위력을 사용하여 정당한 업무를 방해하는 행위’를 금지했다.
또한 2항에서는 관리소장이 위반 사실을 설명하고 해당 행위 중단을 요청하거나 지시 또는 명령의 이행을 거부할 수 있으며 시장, 군수, 구청장에게 보고하고 사실조사를 의뢰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3항에서는 시장,군수,구청장은 관리소장의 사실조사 요구를 받을경우 지체없이 조사하도록 의무화하고 1항을 위반했다고 인정되면 입주자대표회의(이하 입대의)나 입주민에게 필요한 명령 등의 조치를 취하는 것은 물론 수사기관에 고발할 수 있도록 했다.
나아가 제65조의 3(주택관리업자에 대한 부당간섭 배제 등)에서는 입대의나 입주민이 부당간섭 등의 목적으로 주택관리업자에게 관리소장 및 소속 근로자에 대한 해고, 징계 등 불이익 조치를 요구해서는 안 되도록 규정했다.
전국 공동주택 입주민 권익보호단체인 (사)전국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연합회(이하 전아연)는 이번 개정안에 대해 ‘전례 없이 입주민의 권익을 짓누르는 악법’으로 규정하고 강력한 법안 폐지운동을 예고했다.
전아연이 개정안을 악법으로 규정한 가장 큰 이유는 ‘모호성’이다. 법이나 관계 법령에 위반하는 행위는 차지하고서라도 ‘폭행, 협박 등 위력’은 구체성이 모호해 입주민들과 입대의의 정당한 요구를 ‘부당한 간섭’으로 몰아갈 개연성이 크다는 것이다.
관리소장이나 소속 근로자들의 비리나 근무태만, 입주민과의 불화 등으로 소유주인 입주민이나 입대의 입장에서는 도저히 근무를 지속할 수 없는 상황이라도 ‘부당한 간섭’을 내세울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입대의 구성원인 동별대표자 임기 제한 등으로 입대의가 제대로 구성되지 못하거나 전문성이 부족한 동별대표자가 있는 단지의 경우 오히려 관리소장의 갑질이 적지 않은 상황에서 입주민이나 입대의의 최소한 권리보장 마저 외면한 악법이란 비난이다.
서울 강남구 H아파트 입주자 대표회장 A씨는 “법이라는 것은 합리적이고 누구나에게 정당한 당위성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이번 법안은 납득하기 힘들다. 공동주택 입주민을 위한 다양하고 많은 공동주택관리법이 존재하지만 사적자치공간에서 내 소유권의 정당한 의견이 대립되고 정당한 법 절차의 원칙 아래 의견의 돌출이 있을 수도 있는 일인데 일방적 주장이 인정되어 상호간 불신과 법적논쟁이 일어난다는 것 자체가 악법이라고밖에 할 수 없다“ 라며 분개했다.
한편 (사)전국아파트입주자대표회연합회 김원일 수석부회장은 “동대표 임기 제한과 입대의 관리주체 배제 등 아파트 주인인 입주민의 권한은 무한 축소하고 피고용인에 불과한 관리소장에게는 온갖 권한과 권리를 부여하는 등 사적권리를 말살한 악법”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피고용인이 주민 재산과 관련한 계약을 독점하고 이 과정에서 은밀한 비리가 적지 않지만 이번 악법으로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이 실종됐다”며 “관리소장의 부당한 입대의 간섭이나 입주민에 대한 갑질을 막을 수 있는 법안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국회의원이란 자들이 이익집단의 표만 생각해 공제사업과 교육사업 등 매년 수백억원의 이익을 가져다주면서 입주민들의 손발을 묶고 있다”며 “전아연은 전국 입주민들과 연대해 그 국회의원들에게 항의와 함께 지역구의 입주민들 뜻을 전달할 것이다”라고 경고했다.